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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미학

김희경박사 2024. 8. 14. 00:25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이 분노였다. 제 꿈은 어떻게 보면 목소리였다”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한국이 28년 만에 이루어낸 금메달이다. 스물두살의 어린 국가대표선수의 분노는 무엇이었을까? 왜 그녀는 목소리를 내는 게 꿈이 되어야 했을까? 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왜 힘이 필요 했을까? 그녀가 울분하면서 토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의혹들이 많지만 분명히 그녀는 배드민턴 협회와 대표팀의 혁신을 위한 살신성인의 용기를 낸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스포츠 단체의 존재 이유는 선수들을 위한 것이다. 선수가 주체이고 협회의 임원이나 직원은 선수를 돕는 역할이 전부이다. 미디어를 통해 밝혀지는 내용들은 참담하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선수는 당연히 목소리를 낼 수있어야 하고 임직원들은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 뒤집힌 관행과 시스템을 참고 기다려 온 것 같다.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기쁨과 환호에 파묻히는 걸 마다하고 말에 힘이 생길 때 용기있게 폭로하는 그녀에게 지지를 보낸다.

  미국의 시인이면서 민권운동가인 마야 엔젤로우(Maya Angelou. 1928~2014)는 “용기는 인간이 가져야 모든 덕목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용기가 없이는 다른 덕목들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하고 싶거나, 옳다고 여기는 일을 실천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용기는 영어로 커리지(Courage) 또는 브레이버리(Bravery)이다. 두 단어의 차이는 두려움에 대한 인지여부이다. 브레이버리는 행동에 따르는 위험이나 불이익을 전혀 모르거나, 머리로는 알아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경우 즉 두려움이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Courag는 라틴어의 마음을 의미한다. 위험이나 불이익을 분명하게 인식하면서도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행동하는 마음, 두려움을 무릅쓰는 용기를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용기는 미래의 일을 예측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용기는 두려움과 무모함의 중용이다.” 사람들 중에 안세영의 폭로가 무모하다고, 서툴다고 말한다. 단연코 아니다. 그녀는 분노를 무모하게 표출하지 않고 기량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긍정할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잔치를 망칠 수도 있었지만 스포츠계의 부끄러움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노먼 슈워츠코프(H.Norman Schwarzkopf. 1934~2012)는“사람은 누구나 옳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진정 어려운 것은 그 옳은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용기란 두려운 와중에도 먼저 나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출생인 개인심리학의 거장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인생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마라.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Kishimi Ichiro. 1956~)와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Koga Fumitake. 1973~)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미움받을 용기”라는 베스트셀러를 썼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개인이 보이는 현재의 잘못된 행동이나 감정은 어릴 때 경험한 트라우마가 요인이라고 했지만 아들러는 현재의 불행은 과거의 환경이나 트라우마도,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그저 용기가 부족할뿐이라고 한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껏 자유로워질 용기. 우쭐되지 않고 평범해질 용기, 위축되지 않고 행복해질 용기, 그리고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외쳐서 미움 받을 용기이다, 구김없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바란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용기이다. 안세영선수의 용기는 진정한 용기었다. 사실 우리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주저할 때가 많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 사회 등 모든 관계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허물을 덮어버리고 눈 가리기에 급급하다. 용기있는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공동체는 투명해지고, 밝아진다. 눈치를 보아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공동체는 실상은 죽은 것이다. 벽을 깨고, 담을 넘는 용기가 우리를 자유롭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