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미학
단순함이야말로 진정한 우아함의 핵심이다. 코코 샤넬(Coco Chanel)의 말이다. 세상이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문화도, 관습도, 피부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지내는 것도 이젠 일상이다. 문명과 기술의 발전도 삶 자체를 복잡하게 만든다. 복잡한 지하철 노선을 착각해서 전철을 갈아타는 일도 빈번하고, 패스트푸드점에 들르면 익숙하지 않은 키오스크 주문 행렬에 끼어들어 마음을 조린다. 은행, 카드, 회원권, 행사참여 등 어떤 일이든지 앱에서 가입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복잡하다. 때로는 가입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곤란을 겪는다. 무엇하나 단순하지 않다. 세상살이는 복잡해지는데 비해 머리는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전화번호 백여개는 머릿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가족들의 전화번호도 알지 못한다. 구태어 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애써 공부하지 않아도 손바닥에 쥐어진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단순해진 걸까? 아니다. 잃어버리고 텅 비어진 것이다.
방송에서 네팔 중부의 고산지대로 인도와 티베트를 잇는 무역로에 위치한 무스탕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서 일하고 해가지면 잠을 잔다고 한다. 도리깨로 보리타작을 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이용해 키질을 하고 보리알곡을 추려낸다. 보리로 가루를 만들고 우유를 넣어 빵을 만든다. 삶이 던순해 보이지만 웃음이 가득하다. 성경에 보면“나는 생을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에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일하면서 하나님께 허락받은 한평생을 사는 동안에 언제나 기쁨이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이다.(전8:15)라고 했다. 검소한 삶(Simple Life)에 대한 구절도 있다.“지금은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을 좋게 보아주시니, 너는 가서 즐거이 음식을 먹고, 기쁜 마음으로 포도주를 마셔라. 너는 언제나 옷을 깨끗하게 입고, 머리에는 기름을 발라라. 너의 헛된 모든 날, 하나님이 세상에서 너에게 주신 덧없는 모든 날에 너는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려라. 그것은 네가 사는 동안에 세상에서 애쓴 수고로 받는 몫이다(전9:8~9)”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떠난다. 자식도 떠난다. 남는 사람은 부부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동반자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린다.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바라고 누리려는 욕심 때문에 그만큼 걱정이 생기고, 내일이 두렵고 불안하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열등감이 생긴다. 삶이 복잡해지면 스트레스를 만든다. 공자가 말하기를 “우리 삶은 정말 단순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복잡하게 만들기를 고집한다”고 지적했다.
1930년대 미국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는 생산방식을 단순화 했다. 부품을 표준화하고 컨베어 라인을 설치하여 작업자의 이동과 작업을 간단하게 했다. 생산성이 향상에 따라 임금도 올려주었다. 이런 방법이 인간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기계화하는 역작용이 생겼지만 본래 의도는 그런게 아니었다. 어떤 일이든 반드시 좋은 결과만 얻을 수 없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무시간을 단축하면 저녁있는 삶을 누릴거라 생각헸지만 가난한 근로자는 사다리를 오를 기회를 잃어버리고, 자영업자는 다 이상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단순한 시장의 원리를 따르면 반작용이 줄어들지만 시장을 왜곡하면 더혼란스럽과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단순함(Minialism)은 본질과 다르거나 위장의 덮개를 걷어 내는 것이다. 음식이 본래의 재료 맛을 내기 위해 양념 첨가물을 제외시키는 것이다. 위선과 허물을 거두어내면 마음의 여백이 생긴다. 새로운 생각을 그릴 수 있게 된다. 단순함이란 우리의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음을 바쁘게 만들고 긴장하게 하는 잡동사니들과 무의미한 시간들, 온갖 잡념과 걱정, 생각들을 걷어내면 자유함을 찾을 수 있다.
미니멀리즘의 본보기는 파리올림픽이다. 우리나라는 최소의 선수가 출전하여 최고의 성적을 냈다. 잘할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한 결과이다. 작은 정부와 작은 국회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민생과 먼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돈을 소모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믿었다. 애플에서 퇴출되었다 복귀한 그는 사용자 중심의 단순한 제품 디자인으로 성공을 이루었다. 일의 단순화는 효율이 오르고, 행복의 본질은 삶을 단순화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