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미학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백설공주 동화에서 왕비는 거울에게 묻는다. 거울은 제일 예쁜 사람은 공주라고 답한다. 거울은 공주가 있는 곳을 말해 주고, 살아 있는 것도 말하는 신비로운 물건이다. 어쩌면 왕비는 거울에 비친 자신과 대화한다. 욕망과 질투, 미움으로 가득한 자신이 자기를 부정한다. 성경 출애급기에 보면 놋으로 회막문에서 수종드는 여인들의 거울을 만들었다. 회막은 히브리어로 오핼 모에드로‘정한 시간에 약속에 의해 만나는 곳(Tent of meeting)’이다. 약속의 하나님이 백성을 만나는 곳이다. 거룩한 곳이기에 번제를 돕는 여인들은 정결해야 했다. 늘 자신의 용모를 흐트러짐이 없도록 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거울은 기원전 6천년 전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흑요석으로 튀르키에의 유적지에서 출토 되었다. 거울은 자기의 겉 모양 뿐만아니라 내면의 상태를 보여준다. 겉 모습에 만족할 수 없을 때 실망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질투하고, 불편해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 비로서 자기를 발견한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미국 몬태나대학의 사회과학자 아서 비먼(Arthur Beaman)의 연구팀은 할로윈데이에 사탕을 나누어 주는 실험을 했다.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테이블 위에 있는 사탕을 한 개씩만 가지고 가라고 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실시한 실험에서 두 개 이상의 사탕을 가지고 간 아이들이 33.7%나 되었다. 그러나 테이블 옆에 큰 거울을 세우고 사탕을 가져 가는 자기모습을 보이도록 했더니 두 개 이상 가져간 아이들이 8.9%에 불과했다. 사람은 거울 속에 비친 자기를 타자로 인식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거울은 거짓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쳐준다. 거울은 단순하게 물체의 모양이나 형상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도구의 차원을 넘어선다. 어떤 대상을 드러내거나 보여주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하고, 모범이나 본보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리면이나 광택이 나는 금속과 같이 매우 깨끗하고 매끄러운 면에서 빛이 반사할 때에는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정반사한다. 우리는 반사되는 거울에 비친 물체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반면에 종이나 나무와 같이 거친 면이나 오염된 표면에서 반사한 빛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게 되어 난반사를 일어나 표면에 물체가 비치지 않는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은 인간은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기로 인식하는 거울단계(Mirror stage)를 거쳐 자아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극작가 토마스 윌리암 로버트슨(T.W. Robertson, 1829~1871)은 드라마 작품인 나이팅게일(Nightingale)에서“말은 마음의 지표요 거울이라고 했다”. 유교의 어린이 심성 교육용으로 쓰이는 명심보감(明心寶鑑)의 의미도 밝은 마음은 보배로운 거울이다. 명경지수(明鏡止水)도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처럼 잡념과 허욕이 없는 깨끗한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탈무드에 보면 사람은 서로에게 거울이라고 했다. 인간은 타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인식한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 자녀는 부모의 판박이(Spitting Image)이다. 꼭 닮았다는 도플갱어(Doppelganger), 회화기법의 하나로 대칭적 무늬를 말하는 데칼코마니(Decalcomanie)이기도 한다. 생김새나 성격, 행동뿐만 아니라 부모의 태도나 가치관은 자녀의 가치관과 태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역사는 과거의 거울이라고 했다. 현재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울이 해체된 시대를 살고 있다. 거울의 경계가 사라졌다. 거울을 인간의 욕망대로 비쳐지게 만든다. 예쁜 얼굴도 일그러지게 만들고, 긴 다리도 짦게, 짧은 다리는 길게 만든다. 거울의 해체는 거울이 현실을 번영하는 도구를 넘어서 왜곡, 분열,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거울의 본래의 기능을 잃지 않은 깨끗하고 흠없는 선명한 거울이 필요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비쳐볼 수 있는 거울을 하나 정도는 가져야 한다. 해체된 거울로 진짜 나를 볼 수 없다. 신앙은 거울이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신앙의 대상인 신의 형상을 본 받으려는 거울을 지니고 있다. 누구나 최소한의 양심의 거울은 있다. 이마저 깨어버리는 일은 어리석다. 거칠고 오염된 욕망은 양심의 거울을 흐리게 한다. 순수하고 매끄럽지 않은 심성은 거울의 반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 우리의 마음과 말, 행동, 생각이 누군가의 거울이 되고, 사회적 질서를 위한 법과 규범이 순수하고 투명한 거울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