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음의 미학
공작새가 학의 털을 보고 놀렸다. “나는 금색과 보라색의 털을 가지고 있지. 그런데 네 날개 색깔은 왜 그 모양이니?”그 말을 듣고 학이 말했다.“하지만 나는 별과 함께 노래할 수 있으며, 하늘 높이 날 수 있어. 그렇지만 너는 암탉의 공무니를 좇아다니는 수탉처럼 암컷 위에나 겨우 올라탈 수 있을 뿐이잖아.”겉모양만 화려한 삶을 사는 것보다 초라하더라도 수준 높은 삶을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이솝의 우화이다. 두루미라고도 불리는 학(鶴)은 우아하고 기품있는 고고한 기상을 지닌다, 일부일처제로 평생을 함께하는 습성이 있고 비교적 장수한다. 학은 선비의 이상적인 성품, 지혜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문화에서 십장생의 하나로 길상(吉祥)의 상징이다. 장수와 번영,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우리나라 500원 동전에는 1982년부터 학을 그리고 있다.
한국계 일본인으로 소프뱅크의 회장인 손정의(Son Masayoshi)는“뜻을 높게(志高く)”라는 삶의 좌우명을 갖고 있다. 그는 돈을 많이 벌려고 욕심을 내거나 주주의 이익증대를 목표로 삼지 않고, 인류에 기여하는‘크고 높은 꿈’을 이루기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리더십에 대해서도“리더가 공격력, 수비력, 지식을 겸비해야 하지만 그 보다‘높은 뜻’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꿈”은 막연한 개인의 소망이다. 차를 사고 싶고, 집을 갖고 싶다는 등의 꿈은 미래적인 개인의 욕망이다, 개인의 욕망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꿈과 욕망을 실현해 주는 노력이 기개(氣槪)이고 '뜻(志)’이라고 했다. 뜻은 어려운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꿈도 뜻도 미래를 향하는 방향성은 같지만, 뜻은 꿈을 실천하는 의지이다. 뜻은 인생에서 선택의 축(軸)이 된다. 죄우로 흔들지 않고, 부러지지 않으며, 높은 수준에 대한 동기부여(Engine)가 된다.
고명(高明)이란 말이 있다. 고매하고 현명하며, 식견이 높고 사리에 밝다는 의미이다. 일본에는 志は高く腰は低く(뜻은 높게, 허리는 낮게)라는 격언도 있다. 고명하고, 높은 뜻을 가지고 겸손한 태도를 겸비한 사람을 수준이 높은 인격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수준(Level)의 사전적 의미는“사물의 가치나 등급이나 질의 높고 낮은 정도 또는 가치, 등급, 질에 있어서, 세상에서 인정되는 기준”이라고 정의한다. 세상에서 인정하는 기준은 사회적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기준 보다 높으면 수준이 높다고 한다. 품성(品性)은 인격의 수준이다. 인격은 지성(知性), 감정(感情), 의지(意志)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지닌다. 인격의 수준이 높은 이들은 산의 최고봉에 오른 사람들과 같다. 눈 높이만큼의 2차원의 평면적 세계에서 입체의 3차원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자신이 올라 온 구비지고 가파른 길들이 보인다. 멀리 산 위에 펼쳐진 웅장함, 아름다움을 본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자연에서 먼지 같은 자기를 본다. 인격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를 살피고, 돌아보고는 성찰을 통해 자신을 다스릴 줄 안다. 내가 죽으면 가정이 살고, 직장이 살고, 공동체가 산다는 진리를 아는 사람이다. 수준이 낮은 사람은 오로지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채우고, 자신이 살기 위해 집중한다. 결국 공동체를 죽이는 결과를 낸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이상(理想)이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결성의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고매하고 완전한 삶을 추구할 수는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까?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이렇게 가르친다.“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고 하셨다. 자기를 낮추지 못하면 교만(Hochmut)에 빠진다. 교만은 스스로 높아지려는 자고이다. 아래를 보고 위를 보지 못하는 오만이며 자기 자랑과 그 마음의 우쭐대는 거만이다. 품격이 높은 사람은 거짓을 꾸미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는 기만(Lüge)적인 행위와 거리가 멀다. 정직하고 신뢰를 준다. 한편, 자신의 가정이나 회사, 사회적 공동체에서 자기이 해야 할 일에 있어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우고 대충하려는 태만(Trägheit)과는 거리가 멀다. 20세기의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는 이 세 가지를 죄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우리의 인격적 수준을 높이려면 삶의 기준을 무엇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돈과 직업, 명성은 인격의 기준이 되질 않는다. 부요하지 않아도, 많이 배우지 않아도,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어떤 일을 하든 품격을 높일 수 있다. 품격이 높은 사람은 남다르다. 약속을 지킨다. 말을 곱게 한다. 화를 내지 않는다 늘 배우려고 한다.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한다.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기 보이고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