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의미학
아름다움은 균형과 조화의 예술이다. 조화는 우주(Cosmos)의 속성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이 정설이었다. 그 때에도 우주 중심설과 수학적 조화의 원리를 주장한 철학자가 있었다. 필롤라우스(Philoaus. BC 470~385년경)이다. 그는“조화는 여러 혼합된 것들이 통일이며 일치하지 않은 것들의 일치”라고 했다. 조화는 구성요소들 간의 일치와 통일을 의미한다. 그는 “닮지 않은, 관계가 없는, 그리고 동등하지 않게 배열된 것들을 필연적으로 이러한 조화에 의하여 한데 결부된다”라고 말했다. 고대 헬라스인들은 조화와 비율을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며, 사물의 객관적 속성으로 간주했다. 아름다움을 비율, 척도, 수의 조화라고 생각했다. 이는 헬라스 미학의 특징으로 나타났다. 질서와 균형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무질서와 균형의 결여는 추하고 유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20세기의 독일 신학자 폴틸리히(Paul Tillich,1886~1965)의 신학은 경계선상의 신학(Theology on the boundary)이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경계선상의 삶이라고 했다. 그는 늘 서로 대립되는 영역들의 경계선에 서서 그 둘을 창조적으로 조화롭게 통합하려는 긴장된 삶을 살았다. 어릴 때에는 엄격하고 우울한 아버지와 민주적이고 쾌활하며 자유로운 어머니 사이의 경계선에서 살아야 했다. 성장기에는 보수적이며, 교리적인 교회전통과 자유롭고 비판적인 신학의 경계선상에 있었다. 그는 신학과 철학의 경계선에서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창조적 만남을 시도했다.
신은 카오스로부터 우주를 창조했다. 카오스는 혼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Chaos의 어근인 Cha는 하품, 벌어진 틈을 말한다, 즉 갈라진 틈, 공허, 빈 것이다. 창조는 공허의 상태에서 균형있고, 조화로운 질서를 만든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거문고의 삼균지음(三均之音)이 있다. 거문고의 줄을 너무 팽팽하게 당기면 끊어지고, 너무 느슨하게 하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거문고의 소리가 아름답게 울리려면 고음, 중음, 저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세 개의 음이 조화를 이루는 가장 적절항 상태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든다. 사회적 관계에서도 각자의 극단적인 입장에서 자기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른 소리를 내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논어의 고사가 있다. 조화를 이루지만 같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를 말했다. 즉,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진정한 조화란 단순히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고, 조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있다. 춘추전국 시대에 오나라와 월나라는 본래 앙숙이었지만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폭풍을 만나자 서로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는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다툼은 패망의 선봉이다. 역사가 이를 말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정세는 만만치 않다. 공자는 대동사회(大同社會)를 말했다,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평등하게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회를 의미한다. 곧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모두가 협력하는 사회이다. 우리 개인의 삶도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위만 보고 아래를 보지 않을 때 삶이 불만스럽다. 아래만 보고 위를 보지 못하면 오만해진다. 비우지 못하면 욕심이 되고, 낮추지 못하면 교만이 된다. 성경은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있는 체 하지말라.”슬기로움은 남의 허물을 보는 것이 아니다. 참된 지혜는 자신의 무지를 알고 다스리는 것이다.
중용(中庸)은 경계선상에서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이 떳떳하며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나 정도로 조화를 우선하는 생각과 태도이다. 인간은 개인의 태도, 신념, 관계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는 인간은 인지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다는 균형이론을 주장했다. 이런 일관성을 갖는 개인의 심리적 균형을 타인과 맞출 때 조화를 만든다. 조화는 무조건적 양보와 겸손이 아니다. 자기를 지키고 타인을 살리는 것이 진정한 조화이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요소는 자유와 평등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조화의 산물이다. 개인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면 전체주의가 된다. 개인이 자유가 지나치면 실패한 자본주의가 된다. 자유와 평등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