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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핑(Topping)의 미학

김희경박사 2024. 10. 8. 15:15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하는 맞춤경제라고 할 수 있는 토핑경제(Topping Economic)가 2025년도 소비트렌드의 하나가 되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본 기능보다 부가적인 맞춤형 요소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을 보일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스타일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대이다. 기술자들은 3D 프린팅 기술로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개별화(Individualization)의 맞춤형 상품시장의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토핑은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맛을 더하기 위하여 음식 위에 뿌리거나 얹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 말의 고명이다. 이 음식은 아직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이라는 표식이기도 하다. 웃고명, 웃기라고도 하며 지방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고명이 기록된 문서가 있는데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1819)이다. 증병(蒸餠)을 만들 때 겉에 대추살을 붙이는 것을 고명이라고 설명했는데, 대추를 가늘게 썰어서 붙였기에 떡에 글자를 새겼다는 뜻으로 고명이라고 했다. 이후에 떡이나 음식에 고명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고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토핑은 그대로 예술이다. 음식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지 않는다.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느낌으로 먹고, 맛으로 먹는다. 음식 위에 엊어지거나 뿌려진 고명에 따라  요리의 품격을 달라진다.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유종하 셰프는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명의 뿌리, 한식의 색과 장식, 고명의 손질법과 제법 등 고명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고명: 아름다운 미를 얹다라는 책을 펴냈다. 음식의 양념은 음식의 맛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반면에 토핑은 음식의 시각적 효과를 통해 풍미를 더 한다. 음식의 조화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식의 경우 고명은 우주의 모든 이치를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오방위를 뜻하는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을 그대로 고명에도 적용했다. 음식 위에 올린 갖은 고명의 재료와 데코레션(Decoration)은 음식에 깊은 맛과 식감(Texture),시각적 효과를 더 해 준다. 잔치국수에 토핑된 지단과 김은 양념한 국물에 풍부한 맛을 더하고, 감칠맛을 제공한다.  토핑은 먹는 즐거움을 더 하고, 혀 끝으로 경험한 미각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음식에서 토핑은 메인 요리 위해 추가하는 서브이지만 음식의 정체성을 살리는 핵심 요소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인 생활이나 일상에 부가되는 다양한 경험, 사람들과의 관계, 취미 등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토핑이 없는 삶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할 수 있다. 영어의 서브스탠스(Substance)란 단어가 있다. 서브는 하위라는 뜻이지만 스탠드와 같이 하면 본질이 된다. 토핑은 서브라고 할 수 있지만 본질을 살리고 돋보이게 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의 기본적인 일상에 토핑을 얹는다면 보다 흥미있고, 활기찬 살맛을 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생계를 유지하고 욕망과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을 해야한다. 반복되는 일상과 고정된 틀에 얽매이고 갇히면 삶은 쉽게 지루해지고,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된다. 때로는 의욕이 소진(Burnout)되어 우울해지기도 한다. 토핑은 이런 기계적인 삶을 벗어나 다양한 감동과 의미를 찾도록 동기를 제공한다.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일은 필수적이지만, 정형된 삶 위에 얹어주는 토핑은 삶의 맛을 더 해줄 수 있다. 토핑의 재료는 소소한 취미, 관계, 명상, 여유 등 다양하다. 자신이 좋아하고 취향에 맞는 토핑을 찾아야 한다.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예술활동, 운동 혹은 종교, 취미일 수 있다. 자기만의 특별한 토핑을 찾는 과정은 자기를 존중하고,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조연배우가 영화나 극의 완성미를 더하듯 자기를 위한 작은 변화나 시도는 삶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짦은 명상과 기도, 가까운 사람과의 따뜻한 속삭임,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배우려는 작은 욕심, 소소한 목표를 달성하고 느끼는 작은 성취감들이 쌓여 자기를 완성하고 특별하게 만든다. 토핑은 워라밸(Work life valance)이다, 일과 개인의 삶 사이에 균형을 이루도록 스스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행복을 주는 요소들을 일상에 토핑할 때 삶의 본질을 더욱 든든해지고 삶의 맛과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