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4

고삐의 미학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들과 소에게 풀을 뜯기기 위해 들이나 골짜기로 갔다. 가끔은 풀이 많은 곳에 커다란 돌이나 나무에 고삐를 묶어 놓고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었다. 고삐에 매인 소들은 줄의 길이 반경 안에서 풀을 뜯었다. 물론 지역을 옮겨가며 다른 소들과 다투지 않아도 충분히 소들의 배를 불릴 수 있었다. 고삐(Reins)는 소의 코뚜레나 말의 재갈에 잡아매어, 몰거나 부릴 때 손에 잡고 끄는 줄이다. 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의미라고 생각한다. 영어의 레인즈는 표현이 더 다양하다. 고삐는 통솔하고 지휘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허리와 신장으로 감정과 애정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삐는 반드시 거친 가축을 다루기 위한 장치만이 아니다. 소나 말 등 가축은 고..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소소함의 미해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토요일 아침, 활처럼 휘어 드리워진 야자나무 숲, 브런치 카페 창가에 앉아 블랙커피의 향기를 음미하며 책을 읽을 때 더 없는 행복을 느꼈다. 그림같이 아름답다.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말했다. 아름다움은 그 대상의 목적이나 쓸모, 도덕적 가치와는 무관하다. 아름다움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의 형식에서 느껴지는 상쾌함, 좋음, 기쁨이다. 하나님은 천지의 창조를 마치고 “그 지으신 것을 보시고 매우 좋았다”고 하셨다. 매우 좋았다는 히브리어로 토부 메오드이다. 토부는 참되다. 아름답다. 선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메오드는 매우라는 뜻이다. 칸트의 미학과 다르지 않다. 칸트는 자연에서 아름다움과 자유의 가치를 ..

카테고리 없음 2025.07.17

혀의 미학

“먹이를 찾는 갈매기의 목쉰 소리, 미각의 흔들림인가? 태풍담은 거대한 파도의 요동, 삶의 표호인가? 목이 쉬도록 출렁이는 혀는 멀미나는 세상을 닮았다. 파도가 있어 바다가 살아있듯 사랑을 속사이는 혀가 있어 육신과 영혼은 살아있다. 천사와 악마가 위아래로 앉아있는 천국과 지옥의 공간, 빛과 어둠이 삶속으로 들어와 낮과 밤을 연출하는 곳, 생사여탈권을 쥐고 세상의 바다에서 파도는 자아의 배를 쉼없이 흔들어 대고 있다” 김영근의 시 ‘혀의 미학’이다. 그는 파도를 바다의 혀로 묘사한다. 잠언에는“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라고 했다. 세치(三寸)의 혀가 온 몸을 다스린다는 말도 있다. 중국 한나라 시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삼촌지설(三寸之舌)에서 ..

카테고리 없음 2025.07.10

무늬의 미학

한반도에서 발견된 유물로 기원전 8500년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 토기가 있다. 빗살무늬 토기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선사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 토기들의 특징은 점(點)과 선(線), 원(圓)의 기하학 무늬를 나타낸다. 이는 자연과의 관계, 농경, 신앙 등과 관련된 가장 완벽한 세계관의 표현이다. 빗 모양의 무늬(櫛文)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지만 그 시대의 사회문명과 문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무늬는 무늬는 사물의 표면에 어룽져 나타나 있는 형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어룽지다는 여러 가지 빛깔로 고르고 촘촘하게 생기다라는 의미이다. 무늬는 문양(紋樣)의 동일어로 문(紋)에서 비롯되었다. 예로부터 무늬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자기 정체성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