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방을 통해 학습하고, 예술이 삶의 진리를 드러낸다. 미메시스(Mimesis)는 진리의 모방이며 창조적 표현이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주장했다. 모방(模倣·Imitation)은 다른 대상을 본뜨거나 본받음이며, 사회집단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결합관계를 성립시키는 요인으로서의 반복 행위이다. 모방과 흉내는 매우 다른 개념이다. 흉내는 생각없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인 데 반해 모방은 선택적(selective)이다. 공자가 말하기를“세 사람이 함께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기 마련이니 그 선한 쪽을 골라 이를 따르고, 그 악한 쪽을 골라 이를 고쳐야 하느니라”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모방하는 이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수정(Modification)이 이뤄진다. 모방은 복제나 표절이 아니다. 오히려 벤치마킹과 같은 폭넓은 의미를 가진다. 본보기를 따르지만 새롭고 고유한 성질을 창조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가 말하기를 좋은 예술가는 그대로 복사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한다고 했다.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그림은 화가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과 감정, 의미와 가치, 철학이 반영된다. 흉내를 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어떤 의미나 가치, 철학이 없다. 모방은 단순한 흉내를 넘어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한다. 모방을 잘하려면 새상의 모든 일과 현상에 호기심으로 들여다 보고 따라하는 반복적인 경험이 중요하다. 모방은 창의의 원천이다. 크리스티나 셸리(Christina Shalley) 조지아공대 교수의 연구팀은‘창의적 대상을 모방할수록 창의적 문제 해결이 보다 수월해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모방은 본받음으로 원형을 따르는 것이다. 본(本)은 밑, 뿌리, 기초, 근본, 근원, 바탕, 소지 등 원형의 의미이다. 본이란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설명해 주거나 증명해 주는 대표적인 것이며, 기본적 의미로는 본받을 만한 대상이나 인물을 말하기도 한다.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도록 경계를 시키거나 주의를 주기 위해 내세워 보이는 것이 본이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준이 되는 견본, 샘플, 모델이다. 때문에 원형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되어가는(Bccoming) 존재이기에 본성적으로 모방 곧 사회적 학습을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인 에릭 번(Eric Berne. 1910~1970)은 유아기의 자아형성과정에 서 부모님이나 실질적인 양육자의 반복되는 말과 행동, 감정은 아이에게 잠재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모방의 법칙을 쓴 프랑스의 사회학자, 범죄학자인 가브리엘 타르드(Gabriel Tarde.1843~1904)는 모방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설명한다. 파동과 진동의 물리적 작용, 생물의 유전도 모두 반복 작용이듯 사회도 모방을 통해 변형된다고 말한다. 사회학자 에밀 튀르켐(Emile Durkheim. 1858~1917)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형성된 수직적인 구조로서의 힘과 질서가 개인들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공통된 행동 양식을 가질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타르드는 다르게 생각했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모방되는 자와 모방하는 자의 관계로 설명했다. 그는 모방이란 한 뇌에서 다른 뇌로의 반영, 영향에 의한 일종의 심리적 감전(Electric shock), 원격 뇌간(Brain stem)작용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회 속에서 주위의 수많은 사물과 사람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관계속에서 모방되고 모방하면서 사회는 바뀌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외모, 성격은 물론 사회적 신분 등의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 또는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해서도 자기가 좋아는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유사성의 원리(Similarity Principle)라고 한다. 실제로 금실이 좋은 부부 서로 닮아 있다. 충성스러운 직원도 사장을 닮는다. 이를 동일시(Identification)라고 한다. 상대의 성격이나 행동, 말 등이 모방을 통해 내사(Introjection)나 내재화(Interbalization)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면서 삶의 멘토(Mento)는 누구에게나 있다. 부모님이든 선생님, 직장상사, 친구 등 누구든지 멘토가 될 수 있다. 보보인형 실험(Bobo doll experience)으로 모방을 통한 사회학습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1925~2021)은 아이들의 모방가능성이 더 커지는 조건을 알아냈다. 어른모델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처벌을 하지 않고 오히려 보상하면 폭력적인 모방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리고 어른 모델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모델이 같은 또래일 경우에 모방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누구를 본받는다는 이야기가 들을 수 없다. 선생님의 그림자라도 밟으면 안된다고 알았다. 그만큼 존경하고 본받을 대상이었다. 그런 선생님의 권위가 사라지고 조롱과 무시된다. 담임맡기를 두려워하는 학교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본받을 만한 어떤 것도 없다. 본받을 만한 멘토가 많은 사회가 밝다. 우리 사회에 신뢰를 주고, 꿈과 비전을 보여주고,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