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은 섞은 포도주를 가득히 부은 둥근 잔 같고, 허리는 백합화로 두른 밀단 같구나!”이스라엘의 솔로몬 임금이 아내 술라미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예전에는 배꼽의 무늬는 아버지를 닮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옛 관가에 친자 확인 송사가 들어오면 원님은 부자(父子)의 배꼽 무늬를 비교하여 판결을 했다고 한다. 사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궁중에서도 세자비를 간택할 때에 의녀를 보내어 규수의 배꼽상을 보았다. 배꼽이 작고 얕은 규수는 자녀를 많이 낳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민가에서 일부러 배꼽에 불뜸질을 성행하게 했다. 선교사이며 의사인 알렌(Horace Newton Allen, 1858~1932)의 회고록에는 조선의 부인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배꼽에 불을 지피는 비정한 습속이 있어서 화상을 입고 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많았다는 내용이 있다.
독일어로 나벨사우(Nabelschau)는 배꼽(nabel)과 바라보다(Schau)를 합친 용어이다. 이 단어는 세상에 중요한 일이 많은 데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과거와 심적 상처에만 집착하는 태도를 엇대어 하는 말이다. 이 말은 후기 비잔틴 시대에 고요함을 뜻하는 '헤시카즘(Hesychasm)'으로 불리는 그리스정교회 수사들이 일평생을 명상과 침묵에서 시작했다. 당시 후기 비잔틴은 오스만에게 패배하여 제국은 몰락하고, 나라는 빈곤과 분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데, 자신의 종교적이고 내면적 세상에만 집착하던 헤시카즘파 신도들을 옴팔로스케피시스(omphaloskepsis. 배꼽바라보기)라고 비난했다. 좌우의 극단에 닿은 진영 싸움으로 국가가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 침묵하고 배꼽만 응시하는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꼽은 단지 아름다움과 명상의 차원을 넘어선다. 배꼽은 생명의 근원이고 우주의 중심이다. 그리스어로 배꼽은 옴파로스(ὀμφαλός)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델포이를 세상의 중심인 배꼽이라고 믿었다. 세상의 중심인 그 곳에 아폴로 신전을 짓고 신탁을 맡겼다. 레오나르드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의 작품 중에 유명한 인체 비례도(Canon of Proportions)가 있다. 이 그림은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an Man)의 글에서‘인체의 건축에 적용되는 비례의 규칙을 신전 건축에 사용해야 한다’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고대의 인체 비례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로 사람을 데려다 눈금자를 들이대면서 측정한 결과를 글로 적어두었다.“자연이 낸 인체의 중심은 배꼽이다. 등을 대고 누워서 팔 다리를 뻗은 다음 컴퍼스 중심을 배꼽에 맞추고 원을 돌리면 두 팔의 손가락 끝과 두 발의 발가락 끝이 원에 붙는다. 정사각형으로도 된다. 사람 키를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잰 길이는 두 팔을 가로 벌린 너비와 같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배꼽이 없이는 살 수가 없어”거기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배꼽이라고? 친구들이 그에게 설명 좀 해보라고 하였다. 나스루딘은 이렇게 말했다.“나는 휴일이면 침대에 누워서 감자를 먹는다네” 친구들이 말했다. “그런데 그것이 배꼽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감자야 누구든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이해를 못하는군. 배꼽이 없으면 소금 놓을 곳이 없어진단 말일세” 인도의 작가 오쇼리즈니쉬(Osho Raineesh)의 배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배꼽은 감자을 먹기 위해 소금을 올려놓는 것에 불과할까? 아니다. 사람 몸의 중심은 배꼽이다. 배꼽은 생명이 연결됐던 탯줄 흔적이 담겨졌던 곳이다. 아프리카 조각상에는 유독 배꼽을 과장되게 표현한다. 요가에서는 배꼽은 창조성과 정신적 중심으로 정신을 집중하는 초점이 되기도 한다. 배꼽은 우리의 지울 수 없는 우리 정체성이고 중심이다.
배꼽은 방향을 나타내는 심리법칙이 있다. 배꼽의 법칙(Belly-Button rule)은 1930년대 제임스(W. T. James)가 수행한 연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제임스는 배꼽의 방향성을 관심과 회피, 팽창과 수축이라는 방향으로 구분했다. 약 30년 후 앨버트 메라비언 박사는 제인스의 연구를 토대로 배꼽의 방향이 한 사람의 의도를 읽어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발표했다. 우리의 배꼽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우리의 태도를 반영하고 감정상태를 드러낸다. 대화 중에 마주보던 배꼽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다거나 접촉을 피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배꼽의 법칙은 말 한마디 없이 타인의 감정을 읽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정확한 도구이다. 서로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고, 축소하려는 우리 정치에 중심을 잃지 않고 배꼽을 마주하는 정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