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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미학

김희경박사 2024. 11. 19. 11:14

“더러운 말은 입 밖에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사람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서로를 위로하며, 서로를 권면하며, 서로를 생각하며, 서로를 인내하며...”바울이 교회에 보낸 편지의 글이다. 우리가 아무런 의미없이 던진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릴 수도 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주고 받는 칭찬과 격려보다 큰 에너지는 없다.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고 칭찬함으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하며, 믿음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칭찬은 상대를 인정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이다. 인간은 신의 형상을 가진 관계적 존재로 창조되었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씨줄과 날줄의 그물망처럼 서로 얽힘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존중하고, 가치를 높이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칭찬은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긍정적 언어이다. 칭찬은 상호 간에 부드러운 마음을 일으키는 씨앗이다. 칭찬은 상대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기 효능감을 높여준다. 1968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로봇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센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너희가 최고’라고 칭찬해 주었다. 학기 말에 이 그룹의 학생들은 실제로 지능지수가 몰라 볼 정도로 향상되었다. 아무말도 해주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은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로젠탈효과 또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른다. 이렇듯 다른 사람의 기대나 관심, 칭찬으로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도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긍정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교수와 마셜 로사다(Marcial F. Losada)박사는 “긍정이 조직발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썼다. 두 학자의 연구팀은 60여개 기업의 회의록에 쓰인 단어들을 조사했는 데 성장하는 기업은 쇠퇴하는 기업보다 긍정적인 발언이 많았음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긍정적인 말을 세 마디 할 때 부정적인 말은 한 마디에 불과 했다. 그들은 이 연구를 기초로 성장과 쇠퇴를 구분하는 2.901:1의 비율을 한계긍정비율(Critical Positivity Ratio) 또는 로사다비율(Losada Ratio)라고 했다. 연구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회사는 긍정적인 발언이 무려 6:1로 더 많았다. 워싱턴 대학교의 명예교수인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Mordecal Gattman. 1942~)박사는 가정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눌 때 고마움과 존중, 배려, 호감과 같은 긍정적인 말과 비판, 책망, 원망 같은 부정적인 말은 최소 5:1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도 긍정적인 대화의 비율이 이 보다 더 낮아지면 결혼생활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칭찬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면과 훌륭한 점을 들어 추어주거나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칭찬은 상대에 대한 인정, 존중, 배려, 호감, 신뢰, 기대, 위로, 격려, 긍정의 모든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칭찬은 순우리 말의 비나리가 가장 적합하다. 비나리는 축복을 비는 말이기도 하지만 기대를 가져주고, 격려하고, 칭찬하며 복을 비는 의미가 있다. 칭찬은 단순한 좋은 말의 차원을 넘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일으키는 마법이다. 칭찬의 본질은 진정성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며, 내면의 부정적인 느낌을 지우고 자기효능감을 키워준다. ‘잘했어’. ‘훌륭했어’의 한 마디 칭찬이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성경 잠언은 이렇게 말한다. “도가니로 은을, 풀무로 금을, 칭찬으로 사람을 단련하느니라” 칭찬은 자녀의 몸과 마음을 닦고 길러 주는 기술이다. 칭찬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늦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칭찬은 명확하고 구체적일 때 진정성을 느낀다. 작가 켄 밸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한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SNS나 미디어를 통해 소통이 자유로운 시대가 되었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이나 뜻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때로는 수 많은 댓글이 달리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쉽게도 여기에도 악화가 영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 가치있고 훌륭한 글과 칭찬들이 점점 줄어들고, 고집스러운 주장과 비판, 비난, 조롱의 글들이 주를 이룬다. 서로를 인정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글들이 담론을 이끌었으면 한다. 칭찬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때 우리 일상에서 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칭찬하는 습관은 우리의 마음도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고, 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넉넉함이 생긴다. 칭찬은 관심과 사랑의 적극적 표현이다. 칭찬이 3이고 비판이 1인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