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고 가장 위대한 법은 양심의 법이다.”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Mario Hugo, 1802~1885)의 대작 레 미제라블(Les Misȇrables, 불쌍한 사람들)의 키워드이다. 이 소설은 프랑스 혁명 이후 사회적 혼란 가운데 만연한 불평등과 정의를 다룬다.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수로 도망치지만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 진정한 정의는 양심의 법을 따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사탄은 교의로 접근하지 않고 교회 정치와 법을 가지고 접근한다.” 이 말은 500년 전에 칼빈의 제자인 정통주의 신학자인 테오도르 베자(Theodore Beza, 1519~1605)가 한 말이다. 종교개혁 이후 교회의 분쟁은 하나님의 역사라 할 수 없다. 사탄(Satan)은 대적자로 정치와 법을 교묘하게 왜곡하여 분쟁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갈등과 분쟁도 예외가 아니다.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 지배하고 있다고 영국의 42대 총리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1881~1868)는 말했다. 대적하는 자들은 양심의 법을 무시하고 따르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 원리는 국민 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복지국가, 문화국가, 국제평화주의로 되어 있다. 법을 만들거나 법률을 해석할 때에는 이 원리로부터 접근해야 한다. 갈등과 분쟁은 서로가 법을 보는 관점이 달라 생기는 현상이다. 자기들만의 안경을 쓰고 보기 때문이다. 검은 안경을 쓰면 검게 보이고, 빨간 안경을 쓰면 모든 것이 빨갛게 보인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없다. 오만과 편견, 확증편향의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조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법에 호소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받게 된다. 이를 판단하는 재판관은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하고, 외부의 힘에 영향을 받아서도 타협도 할 수 없다. 성경에는“재판할 때에는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해서는 안된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하여 두둔하거나, 세력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편들어서도 안 된다. 이웃을 재판할 때에는 오로지 공정하게 하여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정치적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인간은 개별적이면서 관계성을 지닌다. 인간의 개별적 자아에 따라 생각과 신념, 의지와 감정, 태도와 행동이 다르다. 서로 다른 생각와 신념 때문에 얽힌 갈등을 풀어내고 하나로 화합하는 작업을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정치가 실종되면 법이 그 기능을 해야 한다.
로마 신화의 여신 유스티티아
(Justitia)는 눈을 가리고 천칭저울과 칼은 들고 있다. 공정성과 힘을 상징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건물은 법과 정의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정문 위의 서쪽 페디먼트에는 법 앞에서의 평등한 정의(Equal Justice Under Law)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미국의 사법 제도의 사회적 이상 곧 법의 권위와 공정의 상징이다. 이런 절대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판사는 눈을 가리고 재판해야 한다. 재판관의 권위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장로교회의 정치원리에서 하나님의 법(Jus Divinum)은 신적권위를 의미한다. 때문에 교회는 치리회에서의 다수결에 의한 결의를 할 때 누군가가 법을 외치면 결의를 중단하고 위법여부를 우선 검토한다. 우리나라 국회를 보면 다수결에 의해 입법이 되어 위법적이 요소들이 그대로 법이 된다. 법은 소수를 위한 것이다. 결의에 앞서 헌법의 해석을 전제로 의결되어야 한다.
90세까지 29년간 미국 대법원 판사로 재직하면서 가장 위대한 미국 법률 철학자 중 한 명인 올리버 웬델 홈즈(Oliver Wendell Holmes Jr, 1841~1925)는“헌법의 단어는 투명하고 변하지 않는 수정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각의 피부이다. 헌법 조항은 본질이 형태에 있는 수학적 공식이 아니라 유기적이고 살아있는 제도이다. 그 중요성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이다. 그것은 단순히 단어와 사전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원과 발전과정을 고려하여 수집되어야 한다”고 했다. 법의 미학(Aesthetics of Law)을 편집한 카밀 자이들러와 조안나 카미엔(Kamil Zeidler & Joanna Kamień)은 서론에서 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법을 바이외(Bayeux)의 아름다운 공주로 묘사한다. 이 아름다운 법 덕분에 인류는 고립에서 벗어나 조직화된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법은 예술이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법을 지키는 사회는 아름답다. 법은 사회안전망이다. 사람들 사이의 다툼을 공정하게 해결하고, 모든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 법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권력을 통제하여, 충돌과 갈등을 해결하고 조화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법은 국가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일정한 모습에 합치하는 행위를 하도록 통제한다.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의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법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