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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미학

김희경박사 2025. 2. 11. 14:55

“저는 미소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좀 더 미소 짓는 것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진짜 미소를 보고 싶습니다. 미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거든요. 남을 비웃는 조소도 있고, 꾸며서 짓는 거짓 미소도 있고, 외교적인 미소도 있습니다. 보아서 마음이 전혀 흐믓하지 않은 미소도 있습니다. 때로는 의심이나 두려움까지도 일으키는 미소가 있습니다. 참된 미소는 진정 신선한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미소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런 미소를 지를 만한 이유를 자꾸 만들어 가야 합니다.”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치적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Dalai Lama.1935~)는 ‘달라이라마, 나는 미소를 전합니다’에서 말한다. 미소는 소리를 내지 않고 빙긋이 웃는 것이다. 영어로는 스마일(Smile)이다, 생긋하게 웃는 미소, 잔잔하고 빙그레 웃는 미소(Grin)도 있다. 광선을 쏘는 빔(Beam)의 밝은 미소도 있다. 미소는 회심의 미소(complacent smile), 쓴 미소(bitter smile), 비웃는 듯한 야릇한 미소(sardonic grin), 부끄러운 듯 수줍은 미소(sheepish grin), 사람들의 얼굴에 번져가는 미소(contagious grin)가 있다.

  “웃음이 없는 사람은 가게 문을 열지 말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미국의 제14대 대통령이었던 닉슨(Richard M. Nixon. 1913~1994)은 선거에서 지고 난 후 그 원인을 분석하였다. 그 과정에서 아주 심각한 사실을 발견했다. 방송이나 신문, 잡지, 선거 포스터에 실린 자신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닉슨은 패배 요인이 딱딱하고 굳어 있는 표정이라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표정을 바꾸는 훈련에 들어갔다. 4년 후 선거에서 그는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바람과 함께 살아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았던 비비안 리(Vivien Leigh, 1913~1967)는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심사위원이 불합격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아쉬운 듯 서운한 표정으로 돌아서 나가는 순간 입가에 맴도는 미소가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그녀는 스칼렛 역에 캐스팅 될 수 있었다. 미소의 힘이다.

  우리 사회에 미소가 사라지고 있다. 어쩌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미소를 머금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본래 우리는 미소의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안동의 하회탈은 상하 좌우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탈의 모습에 깊게 농축되어 있다. 하회탈의 웃음은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 신라 막새기와에 새긴 천년의 미소, 미륵반가사유상의 미소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소라고 한다. 미소가 있는 가정과 직장, 사회는 밝다. 미소는 전염된다. 미소의 전염자 역할은 리더십의 요소이다. 데일 카네기(Dale Harbison Carnagey, 1888~1955)는 ‘인간의 마음을 사로 잡는 원칙’에서“미소는 돈이 들지 않지만 많은 것을 이루어 냅니다. 받는 사람의 마음을 풍족하게 하지만 주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게 하지 않습니다. 미소는 번개처럼 짧은 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기억은 영원히 지속되기도 합니다. 미소없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부자인 사람도 없고 미소의 혜택을 즐기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습니다. 미소는 가정에서 행복을 꽃피우게 하고 직장에서 호의를 베풀게 하며 친구 사이에는 우정의 징표가 됩니다. 지친 사람에게는 안식이고 낙담한 사람에게는 희망의 빛입니다. 세상 어려움을 풀어주는 자연의 묘약입니다. 하지만 미소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으며 훔칠 수도 없습니다. 미소는 대가 없이 줄 때만 빛을 발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라고 말한다. 딱히 즐거운 일이 없어도 페이크 스마일(Fake smile)이라도 미소 지으면 스트레스가 줄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캔자스대학의 타라 크래프트(Tara L. Kraft)의 연구도 있다.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통의 언어이다. 평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짓는 부모의 마음이다. 어린아이는 엄마의 미소로 꿈을 꾸고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미국의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시 법원의 나이 많은 판사인 프랭크 카프리오(Francesco "Frank" Caprio,1936~)는 엄중해야 할 재판에서 늘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생각을 재판에 반영한다. 재판을 받는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기의 마음과 생각을 말하도록 이끈다. 모두가 충분히 납득이 되고 받아들이는 명쾌한 재판을 이끈다. 아침에 일어나 부부가 서로에게 주는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신뢰와 사랑을 확인한다. 미소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미소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분노와 화가 치밀어 웃을 일이 없을 때에도 입꼬리를 올리고 눈으로 웃은 미소를 연습하자. 웃지 않는 것은 100만달러를 은행에 두고도 그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것과 같다.(위스틴 처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