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먹고 배설하는 존재이다, 먹고 힘을 얻지만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찌꺼기는 배설해야 한다. 배설은 생리적 현상으로 생명 유지에 절대적이고 불가피한 행위이다. 배설은 음식을 섭취 후 생겨나는 노폐물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으로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몸과 마음을 다스려 건강을 유지하는 장수십결(長壽十決)의 하나가 쾌변법(快便法)이다. 먹을 것를 가리는 섭생은 깨끗하고 후련한 배설이 전제가 된다.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도 즐겁지만 배설할 때도 쾌감을 느낀다. 대변이란 큰 편안함이고 소변은 작은 편안함이다. 몸안에 노폐물을 규칙적으로 배설해야 건강하다. 우리 몸은 배설을 위해 최적화 되어 있다. 배설의 종류도 다양하다. 눈물은 감정을 배설하고, 땀은 노폐물을 배설한다. 피부의 분비물인 피지, 귓구멍의 귀지 등도 배설물이다. 배설은 하찮게, 귀찮게 여길 현상이 못된다. 깨끗하지 않은 배설은 몸을 더럽게 하고 질병을 부른다. 그래서 꿈에서 배설행위를 하면 정신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거나 소원을 이루는 의미가 있다고 할 정도다. 단순하게 보면 우리의 삶은 먹고 배설을 순환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식욕, 수면욕, 성욕을 갖고 있다. 이런 욕구들은 배설과 관련이 있다. 배설없는 식욕은 있을 수 없고,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배설하지 않는 잠은 숙면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랑은 상호간의 감정을 배설하는 행위이다.
배설은 인간의 생리적 현상이라는 본능적 차원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배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1975년에 개봉된 이탈리아의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Salὸ o Le Centoventi Giornate di Sodoma)”는 배설을 통해 권력과 억압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1917년 프랑스 예술가 마르쉘 뒤샹은 전시장에 작품 남자 소변기인 “샘”을 전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가졌지만 이로 인해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배설의 자연스러운 행위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종종 금기시되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예술은 이런 틀을 깨어버린다. 성경에서 예수는 거룩한 척 위선을 떠는 종교지도자들을 향해 말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뱃속으로 들어가서 뒤로 나가는 줄 모르느냐? 그러나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는데 그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뒤로 나오는 배설물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거짓과 기만이 사람을 더립힌다. 최근에 배설은 정치와도 인연이 있다. 야당이 검사들을 탄핵하는데 그 혐의가 검사가 술에 취해 청사에 용변을 봤다는 의혹이다. 관련검사는 의혹을 제기한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정치가 회화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생리적 배출 못지 않게 내면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배설해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감정은 어떤 일이나 현상, 사물에 대하여 느끼어 나타나는 심정이나 기분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도파민(Dopamine)을 분비되어 성취와 쾌락의 감정을 느끼고,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자극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감정인 분노와 슬픔, 서러움, 두려움, 미움은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허탈감, 비교로 인한 열등감. 우울한 감정이 깔린 자괴감을 느낀다, 부정적 감정을 배설하지 못하면 걱정과 두려움이 주는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삶을 힘들게 한다. 부정적 감정들은 마음 속에 심겨진 독초이고, 배설해야 할 찌꺼기이다. 마음을 상하게 하고 건강도 해친다. 당장 비워낼 수 없다면, 그 감정의 수준이라도 낮추어야 편안해진다.
건강한 사회는 찌꺼기가 잘 배설된다. 익숙하고 낡은 것들이 배설되지 않으면 혁신과 도전은 불가능하다. 부패와 비리, 낡은 패거리 정치문화, 갈등조장과 혐오는 배설해야할 것들이다. 배설이 되지 않아 더럽고 냄새나는 사회는 신뢰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가 조사, 발표한 2023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167개국 중 29위로 상위권이지만 신뢰도인 사회적 자본지수는 107위이다.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의 신뢰도는 155위, 정치인의 신뢰도는 114위이다.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는 2024년 로이터저널리즘 발표에 따르면 세계 47개국 중 40위로 평균 40점에 31점으로 한참 미달된다.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려준다.